이승의 시간으로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주택가 사이에 차려진 수선집 앞에 바람과 삼덕이 나란히 섰다. 이들 눈에는 수선집으로 보였지만, 살아있는 자의 눈에는 수선집이 아닌, 먼지로만 가득한 폐업 점포로 보였다. 저승에서 만들었기에 큼지막하고 화려한 조명과 주변에 보랏빛 연기 같은 거라도 스멀스멀 올라올 줄 알았건만, 상상과는 달리 나무 소재로 된 벽면에 소박하고 아늑한 외관이었다. 삼덕이 한 발짝 멀어져 불 꺼진 수선집 간판을 올려다보곤 크게 적힌 ‘영혼 만물 수선집’ 글자 아래에 있는 작은 문구를 읊조렸다.
“기억을 예쁘게······. 고쳐드립니다!”
- 기억을 예쁘게 고쳐드립니다 中
“박삼덕 할머니, 환생은 또 탈락이십니다.”
저승의 대기실. 14년째 환생 신청에 낙방 중인 할머니 삼덕은 나이 때문에 매번 밀려나고, 이생에서의 기억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승에서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하고 저승으로 인도해줄 인력이 부족해진다. 상급 저승사자 바람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할머니, 같이 ‘환생 프로젝트’ 하실래요?”
이승에 ‘영혼 만물 수선집’을 열어 영혼들의 소중한 물건과 기억을 고치면, 환생을 시켜주겠다는 제안. 삼덕은 주름진 손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꽝 찍고,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수선집 주인이 된다.
수선집은 죽은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낡은 곰인형이 있는 소박한 공간, 30개의 투명 상자. 물건 하나 고칠 때마다 영혼 하나가 저승으로 간다. 목표는 30개. 갖가지 사연을 품은 영혼들이 찾아온다. 문제집, 향수, 옛 재킷… 물건마다 눈물과 웃음이 번갈아 깃든다. 삼덕은 서툴지만 따뜻하게 기억을 수선해나간다. 하지만 수선집의 문이 열릴 때마다, 잊고 있던 이승에서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