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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생가

2026.07.14

 

생 가

 


 

작품 소개

 

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대상 수상작

한국적 요소가 담긴 오컬트 호러의 정수가 탄생하다

 

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의 대상 수상작인 신재민 작가의 생가가 북다에서 출간된다. 공모전 당시 중장편 분야에 접수된 1,600여 개의 작품 중 예심부터 최종심 과정에서 줄곧 높은 점수를 받으며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대사 배경으로 독재를 일삼은 전 대통령과 그 손자, 대를 이은 두 명의 도편수(우두머리 목수), 20대 대형 트럭 기사라는 캐릭터들의 독창적인 조합과 속도, 깊이 면에서 장르 독자를 만족시킬 만한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를 전공하고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한 작가는 사실 생가를 시나리오로 먼저 작업했다. 그러나 제작이란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친 작가는 소설로 다시 쓰며 새로운 기회를 꿈꿨다. 오래 준비한 만큼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필력까지 갖춰진 작품이 결국 이렇게 빛을 발하게 되었다.

수목 신앙과 한옥 건축 등의 전통적 요소와 암울한 역사, 가족애 등의 소재로 K-호러와 미스터리 사이를 넘나드는 생가는 스크린에서가 아닌 종이 위 활자로 먼저 세상에 선보인다. 그래서 더욱 지워지지 않을 그윽한 각인을 많은 독자의 마음에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전 대통령 생가가 불타고, 복원을 둘러싼

이해관계들이 얽히며 펼쳐지는 이야기

 

2017, 전 대통령 이운암의 생가가 갑작스레 불탄다. 그러나 과거 그 집을 지은 도편수 범근은 절대 다시 짓지 말라는 아리송한 유언을 남긴다. 운암의 손자 건승은 범근의 아들 재헌에게 찾아가 복원을 부탁한다. 재헌은 자신을 내친 아버지에게 품고 있던 깊은 증오 속에 이를 수락한 후, 조사차 찾은 생가의 지하실에서 기묘한 공간과 그곳에 숨어 있던 괴이한 뭔가를 발견한다.

한편 대형 트럭 기사 시록은 어머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평생 만난 적 없던 아빠의 존재를 찾다가 이운암 생가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재헌과 맞닥뜨린다. 국내 최고 도편수였던 범근의 영향력으로 업계 전체가 복원을 반대한 가운데, 재헌은 한배를 탄 시록과 함께 귀한 소나무를 기증하겠다는 한 사업가의 도움을 받아 점차 작업을 진전시켜 간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생가를 비롯한 전 대통령의 경악스러운 비밀을 연달아 마주한다.

 

읽는 동시에 보는 소설,

생가만이 가진 특별한 마력

 

생가는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 말고도 흡인력을 높여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포인트들을 몇 가지고 있다. 우선 소설 속 인물들이 과거 및 현재라는 시점과 국내 지방과 해외라는 다양한 장소를 오가며 시공간적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보여 준다는 점이다. 또한 으레 한옥을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전통 건축물로 여기지만 생가에서는 한옥을 더럽고 추악한 불가사의를 숨기는 장치로 활용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한 점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원래대로 회복시킨다는 개념의 복원불타 버린 생가를 다시 짓는 일과 생가 안에 잠들어 있던 미지의 존재를 다시 깨우는 일이라는 중의적 해석도 제시해, 보다 특별한 재미를 준다. 주요 인물들의 대립도 볼만하다. 유언으로까지 복원을 말리는 아버지와 금지된 복원을 강행하는 아들, 혈연으로 엮였지만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정반대로 선택하는 이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생가의 비기가 독자로 하여금 상상 못 했던 서스펜스를 느끼게 한다.

생가는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 가상의 장소와 인물을 다루지만 오히려 그 세계관만큼은 리얼하게 다가온다. 기담, 곤지암정범식 영화감독은 추천사에서 생가는 서늘하고, 불길하고, 집요하다. 좋은 호러가 그렇듯, 마지막에는 현실의 한복판을 돌아보게 만든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소설이면서도 영상화에 기반한 얼개를 가졌기에 독자가 눈으로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절로 장면을 구현할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언제부턴가 실재하는 특정 지명, 장소를 배경 삼아 현실적인 두려움을 자극하고, 직접적 여운까지 즐기게 하는 공감각적 호러 영화나 소설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흥행 코드를 품고 결말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특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생가가 신선한 작가와 작품을 원하는 장르 독자의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키리라 기대해 봄 직하다.

 

 

추천사

 

한국 오컬트 호러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야심에 찬 작품이다.

_영화 기담, 곤지암감독 정범식

 

암울한 역사를 은폐하려는 시도에 주술을 뒤섞어 긴장과 재미가 충분하다.

_소설가 주원규

 

생가 복원과 저주라는 독창적 소재와 시공간적 풍성함이 매력인 소설.

_제작사 쇼박스

 

 

작가 소개

 

신재민

1994년 태어난 비디오키즈로, 고등학생 때부터 영화를 만들다가 어느새 소설까지 마수를 뻗친 생태계 교란종. 2020년 에이스토리 신진작가 데뷔 프로그램에 당선돼 글쓰기를 시작했다. 2021CJ ENM 오펜 스토리텔러 5, 2025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입상 등의 경력을 쌓아 영화 커미션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같은 해 첫 장편소설 생가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대상을 수상했다.

 

 

차례

 

1. 파가(破家) 집을 허묾

2. 개기(開基) 집터를 닦음

3. 열초(列礎) 주춧돌을 놓음

4. 선목(選木) 나무를 고름

5. 벌목(伐木) 나무를 벰

6. 입주(立柱) 기둥을 세움

7. 상량(上樑) 대들보를 올림

8. 생가(生家) 생명의 집

작가의 말

 

 

책 속에서

 

그 집 짓지 마. 다시 지어선 안 돼.”

범근은 제 도끼처럼 본론부터 내리쳤다. 그의 목소리에선 이미 결심을 끝낸 단호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평소에도 필요한 말만 하는 아버지였기에 아들은 여전히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생가…… 절대 복원하지 마라.”

범근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더 길게 말하려니 목이 메었다. 범근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옛날 사람이었다. 말 잘 듣는 녀석이니, 이 정도만 얘기해도 충분하겠지. 그의 시선이 다시 도끼로 향했다. _ 14

 

그럼 안채만 보라고요?”

불에 탄 곳은 여기뿐이니까요.”

건승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집이란 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위치부터 각 건물의 조화, 균형, 심지어 동선까지. 모든 게 아귀가 맞아야 하는 일이에요. 근데 여긴…… 뭔가 좀 묘합니다.”

재헌이 방 안을 빙 둘러보았다. 집 전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집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집주인을 만나야만 했다.

……. 이건 집이 아니거든요. 할아버님을 좀 만나야겠습니다.” _ 75

 

나뭅니다. 길이 15미터에 무게는 8, 9톤짜리. 보수는 더블이고요.”

괜찮은 조건이었지만 보수가 두 배일 이유는 없어 보였다. 시록은 이번에도 인생 수업료를 낼까 봐 슬쩍 떠보았다.

나무만 전문으로 하는 기사님들이 있을 텐데.”

나 블랙리스트예요. 같이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블랙리스트요?”

이운암 생가에 쓸 나무입니다. 그 공사를 원치 않는 사람이 아주 많죠. 그래서 일이 힘들어요. 근데 기사님, 그 집안에 볼일 있지 않아요?”

그걸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다고요?” _ 164

 

모멸을 참으며 가지를 헤쳐 나가자, 마침내 붉은 눈과 마주할 수 있었다. 트럭에서 떨어질 때 부러진 가지였다. 그 사이에 껴 있던 천 조각이 드러난 모양이었다. 가지에는 기묘한 상처가 나 있었고, 빗물에 젖어 더욱 선명히 보였다. 마치 밧줄 같은 것에 쓸린 듯한 상처였다. 그 가지 사이로 자그마한 붉은색 천이 보였다.

재헌은 그 천 조각을 만져 보았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명주였다. 순간 불길한 상상이 머리를 스쳤다. 가지마다 묶어 놓은 밧줄과 거기에 엮인 명주. 붉은 명주가 주렁주렁 매달린 영검한 고목. 재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베지 말아야 할 걸 베고 말았다. _ 221~222

 

이런데도 지어야겠어?”

하지만 그 지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오랜만이었지만 처음 겪는 건 아니었다. 사고 이후 몇 년간은 매일 지옥에서 그날 일을 맞닥뜨려야만 했다. 수면제를 먹었을 때나, 술독에 빠져 있을 때도 어김없이 그 지옥이 찾아왔다.

그러다 가은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고, 그러기 위해선 부정해야 했다. 이 모든 비극은 내 탓이 아니라고. 애초에 독일까지 도망치게 한 아버지의 잘못이라고. 그에 대한 적개심 중 절반은 재헌이 애써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몰랐다. 지옥에서 빠져나오려 또 다른 지옥을 파는 길을 택했다.

……내가 도편수야. 하늘이 두 쪽 나도 생가, 완공해!” _ 269

 

생가는 보란 듯이 더 깊은 심연을 개방했다. 대체 무엇이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구멍 속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재헌은 원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지하실로 내려오는 사이 늙어 버렸는지 아버지의 얼굴이 돼 있었다. 지범근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실망스럽습니까? 아니면 대견스럽습니까?

그러나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이제 어른이 된 아들은 스스로의 길을 결정해야만 했다.

 

 

재헌은 공허 속으로 몸을 던졌다. 생가는 기꺼이 그를 삼켰다. _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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