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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그

문학의 모든 빛깔이 담긴 기록의 저장소

북다로그는 교보문고의 출판 브랜드 ‘북다’가 운영하는 연재 플랫폼입니다.
‘문학’을 중심으로 기록될 수 있는 다양한 글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매주 소설과 에세이 등 새로운 이야기가 게재됩니다.

열람 엄금

3화. 우에하라 가스미와 야에가시 신야의 대화 녹취 1

(문이 열리는 소리) 간호사/ 야에가시 씨를 데려왔습니다. 우에하라/ 야에가시 씨, 처음 뵙겠습니다. 그쪽에 앉으시죠. (의자를 당기는 소리) 우에하라/ 이번에 야에가시 씨의 정신 감정을 맡은 우에하라 가스미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야에가시/ 우에하라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 투수였어. 특급이었지. 하지만 난 일본에서보다 메이저리그로 넘어가서 마무리 투수가 된 후의 우에하라를 더 좋아해. 우에하라/ ……그럼 지금부터 사건에 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볼까요. 사건 발생 직전에 당신은 전화 부스 안에 있었죠. 야에가시/ 부스라고 하니 복싱 링이 떠오르는군. 이노우에 나오야 같은 괴물이라면 그렇게 좁은 링에서도 상대를 KO시킬 수 있으려나. 우에하라/ ……그럴지도 모르죠. 야에가시 씨, 경찰 자료에 따르면 반년 전에 핸드폰을 해약하셨던데요. 이유가 뭐죠? 야에가시/ 그런 걸 어떻게 들고 다녀! 괴물이야!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고! 그 괴물이 시도 때도 없이 날 노려! 날 죽이려 한다고! (책상을 두드리는 듯한 큰 소리) 우에하라/ 진정하세요. 천천히 심호흡하고, 의자에 앉으세요. 괜찮아요. 그러니까 모든 것이 괴물 때문이라 그거군요. 하지만 야에가시 씨는 괴물 때문에 전화를 해약해 놓고, 공중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요? 야에가시/ 통화라. 전화 부스에서 전화했다면 상대는 도라에몽이 아닐까? 도라에몽의 ‘만약에 부스’라고 알아? 거기 들어가 소원을 빌면 그대로 이루어지지. 난 ‘만약에 괴물 눈을 전부 죽일 수 있다면’ 하고 소원을 빌려고 했는지도 모르지. ------------------------------ ―……확실히 대답이 이상하네요. 내과 의사가 조현병이라고 의심할 만해요. 우에하라 네, 조현병 환자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피해망상과 혼란 증상이 보였어요. 다만 야에가시 씨는 전형적인 조현병 환자 같지가 않더군요. 면담해 보니, 오히려 다른 정신 질환의 특징을 나타낸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정신 질환이라니요? 우에하라 구금 반응, 간저 증후군이요. ―간저 증후군……. 우에하라 아시겠지만 간저 증후군은 오랜 시간 폐쇄된 공간에 갇힌 사람에게 발생하는 정신 질환이에요. 스트레스를 받아 의식이 몽롱해지거나 환각 또는 망상에 사로잡혀, 대화는 가능하지만 마치 장난치는 것처럼 엉뚱한 대답을 반복하죠. 야에가시 씨의 증상은 바로 그거였어요. ―하지만 방금 선생님 말씀처럼 간저 증후군은 구금 반응의 일종이잖아요. 야에가시 씨가 어딘가에 감금당한 적은 없을 텐데요. 그런데도 간저 증후군이 발생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우에하라/ 이상했죠. 다만 야에가시 씨의 증상은 전형적인 간저 증후군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조금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선생님은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우에하라/ 간저 증후군 환자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는 해도, 사고가 분열된 조현병 환자와 달리 질문의 의미 자체는 올바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범행 당시 야에가시 씨의 행동 중 명백히 이상한 점에 대해 질문하여 그의 반응을 살펴봤죠. ―명백히 이상한 점이라니요? 우에하라/ 현장 평면도의 쓰레기장을 보세요. 사건에 휘말렸으나 목숨을 건진 피해자 사카이 게이조 씨의 증언에 따르면, 전화 부스에서 구출된 야에가시 씨는 제일 먼저 피해자가 운영했던 사카이 상점의 쓰레기장으로 향했습니다. ―네, 그랬죠. 우에하라/ 피해자의 증언을 잘 되새겨 보세요. 재활용 쓰레기를 자꾸 도둑맞아서 사카이 씨는 쓰레기장 입구에 자물쇠를 채웠어요. 그리고 그의 말처럼 야에가시 씨가 부순 것으로 추정되는 자물쇠가 확인되었고요. ―그게 뭐 어쨌다는 말씀이시죠? 우에하라/ 즉, 사건 당시 밖에서 자물쇠를 채운 쓰레기장에는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야에가시 씨는 대체 ‘무엇’에 덤벼든 걸까요? ―……. 우에하라/ 전화 부스에서 구출된 야에가시 씨는 사카이 씨의 손도끼를 빼앗았어요. 그리고 아무도 없는 쓰레기장에 가서 도끼를 휘둘렀죠. 그가 왜 대량 살인을 저질렀는가. 그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가 이 쓰레기장에 있었을 거예요. ―100퍼센트 아무도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쓰레기장에 지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자물쇠를 달아 놨어도 문을 타 넘으면 들어갈 수가 있어요. 재활용 쓰레기를 훔치러 온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르죠. 우에하라/ 그렇다면 거기에 첫 번째 피해자의 시체나, 적어도 부상자가 있었겠죠. 보시다시피 이 쓰레기장은 좁고 끝이 막혀 있어요. 만약 사람이 있었다면 느닷없이 들어와서 도끼를 휘두른 야에가시 씨를 피할 수 없었을 거예요. ―가게 창문이 산산이 깨졌죠. 가게 안에 있던 사람을 습격하려고 한 것 아닐까요? 우에하라/ 이 가게는 사카이 씨 혼자 운영했어요. 그가 축제에 참가해서 사건 당시 가게는 문을 닫았고요. 안에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야에가시 씨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 덤벼들었다는 뜻인가요? 우에하라/ 그런 셈이죠. 그래서 그 모순점을 야에가시 씨에게 들이대고 반응을 살폈어요. ―그럼 그 장면의 녹음 파일을 재생해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