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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그

문학의 모든 빛깔이 담긴 기록의 저장소

북다로그는 교보문고의 출판 브랜드 ‘북다’가 운영하는 연재 플랫폼입니다.
‘문학’을 중심으로 기록될 수 있는 다양한 글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매주 소설과 에세이 등 새로운 이야기가 게재됩니다.

열람 엄금

2화. 정신 감정 전문의 우에하라 가스미의 인터뷰-첫날

―안녕하세요, 우에하라 가스미 선생님. 오늘부터 ‘그 대량 살인사건’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에하라/ 잘 부탁드립니다……. ―왜 그러세요? 안색이 좋지 않네요. 혹시 실내 공기가 탁한가요? 이렇게 좁고 살풍경한 방밖에 준비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우에하라/ 저기, 방구석에 있는 저 카메라가 좀 신경 쓰여서……. ―아, 인터뷰 내용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해 놓으려고 놔둔 건데요. 혹시 불편하실까요? 우에하라/ 아니요, 불편한 건 아니고요. 저도 중요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가능하면 녹음하니까요. 네, 괜찮습니다. ……이제 괜찮아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다소 뻔한 질문도 할 텐데, 모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이 기록을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답변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까요? 우에하라/ 우에하라 가스미, 서른두 살입니다. 직업은 의사……, 도립 고쿠시지 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에하라 선생님은 지난달 다마시에서 발생한 대량 무차별 살인사건의 범인인, 야에가시 신야 씨의 정신 감정을 담당하셨죠. 우에하라/ 네. 야에가시 씨는 열한 명을 살해한 후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었죠. 하지만 말과 행동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저에게 그의 정신 감정을 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어요. ―선생님은 이와 같은 정신 감정 의뢰를 자주 받으시나요? 우에하라/ 네. 정신 감정은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품도 많이 드는 편입니다. 그에 비해 학문적인 실적을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고, 수당도 낮아서 선뜻 맡으려고 하는 의사가 별로 없거든요. 다만 이번처럼 큰 사건의 범인을 감정해 달라는 의뢰는 거의 없습니다. ―그건 왜일까요? 우에하라/ 죄가 경미한 경우에는 법의학 전문의가 경찰서나 검찰청에 방문하여 몇십 분간 면담하는 방식으로 간이 감정을 합니다. 하지만 이번 같은 큰 사건은 완전히 접근 방법이 달라요. 용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다음, 범행 당시 정신 질환으로 망상에 사로잡혀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상태였는지를 두세 달간 신중하게 진단하죠. 도쿄에서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저처럼 경험이 부족한 의사가 아니라, 큰 사건을 많이 감정하신 제가 존경하는 저명한 감정 전문가 선생님이 맡으세요. ―……그렇군요. 그럼 왜 이번에는 우에하라 선생님이 야에가시 씨의 정신 감정을 맡으신 걸까요? 어떤 이유라도? 우에하라/ 그 선생님이 해외 학회에 참석하셔서 일본에 안 계셨거든요. 그래서 대신 저에게 정신 감정 의뢰가 들어온 거예요. ―선생님은 왜 이런 의뢰를 적극적으로 맡으시는 건가요? 우에하라/ 수련의 시절에 정신 감정으로 유명한 선배 의사의 책을 읽으면서 정신 감정의 사회적 의의에 대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 책은…… 우에하라/ 네, 정신신경종합연구소 부속병원 원장이신 우카가미 하루코 선생님의 저술이에요. 그 책에 ‘정신 감정을 포함한 정신의학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중요하며, 정신과 전문의는 그에 보탬이 되고자 헌신할 의무가 있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야기를 되돌리죠. 경찰 자료에 따르면 야에가시 씨는 36세 남성입니다. 원래는 잡지 편집자였지만 몇 달 전부터 강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무단결근했던 것 같네요. 그 무렵에 위가 좋지 않아 내과에서 진찰받았는데, 그때도 이상한 말을 해서 정신과 진료를 추천받았습니다. 그때 작성된 의뢰서의 사본을 보니 결국, 야에가시 씨는 정신과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건 전에 정신 질환을 진단받지는 않았죠. 즉, 우에하라 선생님은 처음으로 야에가시 씨를 진찰한 정신과 전문의이신 셈인데요. 실제로 야에가시 씨를 만나 보니 어떠셨나요? 우에하라/ 뭔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다만 야에가시 씨와 면담해 보니, 전형적인 조현병과는 증상이 약간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면담 내용을 녹음한 데이터가 있죠. 그걸 재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