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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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5화. 5화
셴 할아버지는 그날로 동쪽 산을 넘어 황금빛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 때쯤 눈먼 개와 함께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리반의 밭으로 돌아왔다. 그는 멀리서 1무(畝) 3분(分) 1무(畝)는 665제곱미터로 약 200평, 1분(分)은 10분의 1무이다.
#밖에 안 되는 밭 한가운데를 바라보았다. 젓가락만 하게 올라온 옥수수 싹이 새빨간 햇빛 아래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처럼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냄새가 나지?”
할아버지가 눈먼 개에게 말했다.
“얼마나 향기로우냐. 10리나 8리 밖에서도 이 촉촉하고 신선한 새싹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게야.”
눈먼 개는 할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가 그의 다리에 몸을 몇 번 비비고는 아무 말 없이 옥수수 싹을 향해 달려갔다.
앞에는 깊은 구덩이가 하나 파여 있었다. 구덩이 안에 잔뜩 쌓여 있던 뜨거운 열기가 셴 할아버지의 얼굴 위로 훅 밀려왔다. 셴 할아버지는 입고 있던 하얀 적삼을 벗더니 둘둘 말아 얼굴을 훔쳤다. 너덧 자나 쌓인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얼마나 훌륭한 거름인가! 셴 할아버지는 이 옥수수가 보름만 더 자라면 이 적삼을 빨 생각이었다. 마을에서 적삼을 빨고 난 물을 가져다가 옥수수에게 설날처럼 멋진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할 작정이었다. 셴 할아버지는 적삼을 소중하게 개켜서 겨드랑이에 끼었다. 옥수수가 그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역시 나지막한 키에 잎은 겨우 네 조각이었다. 그가 상상하는 잎의 새싹은 나오지 않았다. 옥수수 머리를 살펴보면서 그 위에 앉은 먼지를 가볍게 불어 날려버린 셴 할아버지의 마음속에 실망이 차갑게 북받쳐 올라왔다.
눈먼 개는 할아버지의 다리에 몸을 몇 번 비벼대고는 옥수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러고 나서 또 한 바퀴를 돌았다. 셴 할아버지가 말했다.
“장님아, 좀 크게 한 바퀴 돌아보지 그러느냐.”
하지만 개는 그 자리에 선 채 미동도 하지 않다가 흥 하고 푸른 가죽끈 같은 소리를 내뱉더니 고개를 쳐들고 셴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뭔가 참기 어려운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셴 할아버지는 녀석이 오줌을 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셴 할아버지가 발 옆에 서 있는 말라 죽은 홰나무 가지에서 호미를 집어 들었다. 할아버지는 사용했던 농기구를 전부 이 홰나무에 걸어두었다. 어제는 옥수수 싹 동쪽에 구덩이를 팠지만 오늘은 서쪽에 작은 구덩이를 파면서 개에게 말했다.
“어서 이리 와. 여기에 누도록 해라.”
눈먼 개가 오줌을 다 누기도 전에 갑자기 셴 할아버지의 일흔두 살 된 눈이 뭔가에 찔린 것처럼 아파왔다. 눈가가 알싸했다. 이어서 마음속에서 펄럭펄럭 소리가 났다. 그는 옥수수 싹의 맨 아래 잎 두 개에서 아주 작은 반점들을 발견했다. 잎사귀에 작은 밀 껍질이 엉겨 붙은 것처럼 둥근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한반(旱斑)(가뭄이 들어 물이 부족할 때 잎에 나타나는 반점)인가? 내가 아침마다 여기에다 오줌을 누고 날이 어두워질 무렵이면 물도 주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말라버린 거지? 셴 할아버지가 곧은 허리를 구부리는 순간, 개가 은황색 오줌을 누는 소리가 그의 머리를 두드렸다. 셴 할아버지는 말라비틀어진 그 진한 갈색 반점이 가뭄 때문이 아니라 거름을 지나치게 많이 뿌렸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개 오줌은 사람 오줌보다 훨씬 더 기름지고 훨씬 더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