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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그

문학의 모든 빛깔이 담긴 기록의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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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4화. 4화

마을 사람들은 일찌감치 떠날 준비를 했다. 밀은 이미 다 말라 죽었고 고산준령이 전부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세상 전체가 온통 말라 죽은 빛깔이었고 농가들은 세월 속에서 기다림에 지쳐갔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가을 파종 시기가 다가오자 갑자기 하늘에 비구름이 몰려오더니 마을 거리에 북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천지에 가을 파종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을 파종을 합시다. 하늘이 우리에게 가을 파종을 하라고 하네요. 노인들도 외치고 아이들도 외쳤다. 남자들도 외치고 여자들도 외쳤다. 이처럼 가을 파종을 외치는 소리는 한목소리가 되어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고 모든 사람의 가슴을 울리며 강물처럼 마을 거리를 휘돌았다.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흐르다가 마을 어귀를 지나 산등성이로 흘러갔다. ―가을 파종을 합시다. ―가을 파종을 합시다. ―하늘이 우리에게 가을 파종을 하라고 하네요. 남녀노소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이 끈적끈적한 소리가 산맥 전체를 뒤흔들었다. 가지 위에 내려앉았던 참새들이 화들짝 놀라 허공에서 서로 부딪치며 깃털이 눈처럼 떨어져 날렸다. 닭과 돼지들이 자기 집 문 앞에서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굳은 표정이 얼굴에 두껍고 하얗게 덮여 있었다. 외양간 기둥에 매여 있던 소가 갑자기 밧줄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소의 콧구멍이 찢어지며 흑청색 피가 여물통을 가득 채웠다. 고양이와 개들이 전부 지붕 위로 올라가 놀란 눈으로 마을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짙은 구름은 사흘 동안 하늘을 가득 메웠다. 사흘 동안 류쟈젠촌(劉家澗村)과 우자허촌(吳家河村)에서부터 첸량촌(前梁村), 허우량촌(後梁村), 취안마좡촌(拴馬樁村)까지 바러우산맥 일대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잘 보관해두었던 옥수수 종자를 꺼내 비가 오기 전에 서둘러 땅에 심었다. 사흘 뒤에 구름이 흩어져버렸다. 이전처럼 뜨거운 해가 산등성이를 매섭게 달구기 시작했다. 보름이 지나자 마을 사람들은 집과 마당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짐을 짊어진 채 지독한 가뭄을 피해 떠나기 시작했다. 피난 행렬이 사나흘 이어졌다. 어딘가로 이주하는 개미 떼와 다르지 않았다. 밤낮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마을 뒤 산길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몰려 나갔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시작도 끝도 없이 마을에 전해져 우당탕 집집마다 문과 창문 위로 떨어졌다. 셴 할아버지는 마지막 이주 대오에 끼어 피난길에 나섰다. 음력 유월 열아흐레에 그는 수십 명의 마을 사람들 틈에 섞여 걸음을 옮겼다. 마을 사람들이 셴 할아버지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셴 할아버지는 동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동쪽이 어디냐고 묻자 셴 할아버지는 동쪽으로 계속 가면 쉬저우(徐州)가 나온다고 대답했다. 동쪽으로 40일이나 50일쯤 걸어 쉬저우에 도착하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동쪽을 향해 걸었다. 햇볕이 새빨갛게 산길을 달구는 가운데 사람들 발밑으로 먼지가 일었다 가라앉는 소리가 구르릉구르릉 요란하게 울렸다. 하지만 바리반까지 왔을 때, 셴 할아버지는 갑자기 더 이상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셴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자기 집 옥수수에 오줌을 누고 돌아와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어서들 가요. 동쪽으로 계속 가라고요. ―할아버지는요? ―우리 집 옥수수에 싹이 났어요. ―그런다고 굶어 죽는 걸 면할 수 있나요? ―내 나이 일흔둘이라 사흘쯤 걷다가 지쳐서 죽을 거요.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 마을에서 죽고 싶소.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떠났다. 가까운 곳에서 저 먼 곳까지 커다란 검은 점들이 서서히 뜨거운 햇볕 아래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셴 할아버지는 자기 집 밭머리에 섰다. 공허한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음속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그는 온몸을 떨면서 마을을 통틀어, 산맥 전체를 통틀어 일흔두 살 노인 하나만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그의 마음이 한없이 공허해졌다. 죽음 같은 적막과 황량함이 깊은 가을 같은 그의 온몸 위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