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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그

문학의 모든 빛깔이 담긴 기록의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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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3화. 3화

천고 이래 최악의 가뭄이 덮쳤던 그해에는 세월도 타서 재가 되어버렸다. 손으로 슥 문지르면 세월이 재처럼 손바닥 위 타버린 자리에 들러붙었다. 줄줄이 꿰인 여러 개의 해가 끝이 보이지 않게 머리 위에 걸려 있었다. 셴(先)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자기 머리카락이 누렇게 타들어가는 냄새를 맡았다. 가끔씩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손톱 탈 때 나는 검은 악취가 풍겼다. “염병한 날씨 같으니라고!” 항상 이렇게 욕을 하면서 사람 하나 없이 텅 빈 마을을 나선 셴 할아버지는 끝없는 적막을 밟으며 해를 향해 비스듬히 눈을 흘겼다. 그러고는 눈먼 개에게 말했다. “장님아, 가자.” 눈먼 개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창망해지는 셴 할아버지의 발소리를 들으며 그의 등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 함께 마을을 나섰다. 셴 할아버지는 다리 위에 올라 발밑의 햇빛을 지직 소리가 나도록 걷어찼다. 동쪽 산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가시가 대나무 장대처럼 그의 얼굴과 손, 발등을 찔러댔다. 셴 할아버지는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에 얼얼한 통증을 느꼈다. 얼굴에 지독한 햇빛을 받아 눈가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안에 뜨겁고 붉은 구슬이 무수히 감춰져 있기라도 한 듯이 눈두덩 아래로 붉은 통증이 밀려왔다. 셴 할아버지는 비탈로 가서 오줌을 누었다. 눈먼 개도 셴 할아버지에 이끌려 함께 오줌을 누었다. 지난 보름 동안 셴 할아버지와 개는 아침마다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리반(八里半) 밖의 비탈에 가서 오줌을 누는 것이었다. 셴 할아버지는 그곳 양지바른 땅에 옥수수를 심어놓았다. 이 옥수수는 황량한 세월의 메마른 날씨 속에서 푸석푸석 거의 다 탈색된 초록빛을 띠었다. 다 타버린 재 같은 날씨 속에서 이 옥수수 한 포기만이 촉촉하게 소량의 물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오줌은 거름이었다. 오줌에는 수분이 들어 있었다. 옥수수에게 부족한 것이 셴 할아버지와 개가 밤새 비축한 오줌 속에 담겨 있었다. 옥수수가 지난밤에 스삭스삭 소리를 내면서 손가락 두 마디만큼 자랐거나 네 개이던 잎이 다섯 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해도 셴 할아버지는 속이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부드럽고 경쾌한 감격이 가슴 가득 따스하게 찰랑거렸다. 얼굴에도 분홍빛 웃음기가 한 겹 어른거렸다. 옥수수가 자라면 잎이 늘어나겠지. 셴 할아버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홰나무와 느릅나무, 참죽나무는 조금 자랐다 하면 잎이 두 개씩 늘어나는 거지? “장님아, 말해봐라. 농작물들은 왜 잎이 늘어나는 숫자가 나무와 다른 게냐?” 셴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눈먼 개에게 물었다. 셴 할아버지는 눈길을 개의 머리 위에 얹어놓고는 눈먼 개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려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앞을 향해 걸어갔다. 셴 할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이마에 손을 갖다 대고는 햇빛을 따라 서쪽을 바라보았다. 멀리 산등성이 위로 자줏빛과 황금빛이 뒤섞여 내려앉고 있었다. 농염하게 붉은 연기와 먼지가 땅 위로 한 겹 내려앉는 것 같았다. 셴 할아버지는 이것이 하룻밤을 쉰 땅의 기운이 햇빛을 오래 받아 피어오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쩍쩍 갈라진 땅바닥의 빈 틈새들이 마치 땅의 조각들을 가마에서 구운 다음, 다시 깨뜨려 산맥에 뿌려놓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