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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그

문학의 모든 빛깔이 담긴 기록의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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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타운

3화. 3

“네?” “자유롭고, 아늑하고…… 혼자서도 안전한 곳 말이에요. 혹시 생각 있어요?” “생각이야 있지만 제가 지금은 돈이…….” “그런 걱정은 나중에 하고, 추천 넣어줄 테니까 와서 면접이나 한번 봐요, 시설도 구경할 겸. 여기 자리 나기 쉽지 않거든. 내가 아까워서 그래.” “면접……이요?” “우리 타운 입주 조건이에요. 내부 추천을 받아서 입주자 대표 면접을 보고, 주민 동의도 얻어야 해요.” “네?”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표정을 관리했다. “그런 건 할리우드 스타들이 산다는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하하하하, 듣고 보니 그렇네.” “우리나라에서 그런 집이라니 처음 들어봐요. 왠지 좀 부담스러운데.” “그만큼 사람 가려가며 들이는 곳이니까 더 안심이지.” “그렇긴 하네요.” 여자가 지갑을 뒤지더니 어색하게 미소 짓는 지수 앞에 뭔가를 내밀었다. 하얗고 도톰한 종이에 검은색으로 깔끔하게 돋을새김한 글자가 영문으로 찍혀 있었다. SAFE TOWN 세이프 타운? 명함까지 있는 거야? 한껏 멋을 부렸지만, 너무 직관적인 이름이라 다시 웃음이 터질 뻔했다. 하지만 여자는 진지해 보였다. “신축이라서 검색해 봐도 정보는 별로 없을 거예요. 하지만 가격도 위치도 다 적당한 곳이니까 지레 겁먹지 말고 한번 생각해 봐요. 면접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혹시 알아요? 좋은 일이 생길지.” 활짝 웃는 두툼한 입술 사이로 앞니에 살짝 묻은 오렌지색 립스틱이 도드라져 보였다. 여자와 헤어져 돌아오며 명함 뒷면에 찍힌 주소를 살펴보았다. 학원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닌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입주자 대표 면접이라니? 층간 소음이나 재활용 쓰레기 문제로 깐깐하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무서운 아저씨가 떠올랐다. 평범한 일상생활도 부담스러워서 일까지 쉬며 두문불출하는 처지에 그런 사람과 면접이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 정도로 절박하게 집을 구하고 싶진 않다. 게다가 말은 그렇게 했어도 명함이니 면접이니 이렇게 유난을 떠는 곳이라면 집세나 관리비가 엄청나겠 지. 다음에 학원에서 다시 마주치면, 역시 보증금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힘들겠다고 둘러대야겠다. 마음을 정하고 홀가분하게 길을 건너는데 손에 들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어댔다. “어디야?” 양 원장의 목소리였다. “근처야. 지금 들어가는 길. 왜? 무슨 일 있어?”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저기, 다른 게 아니고.” 목소리가 미묘했다. “방금 관리실 다녀갔어.” “응?” “누가 신고했나 봐. 너 학원에서 먹고 자고 한다고.” “신고?” “누군지는 몰라도 전부터 벼르고 있었나 보더라. 아까 그일도 있고 하니 냉큼 찌른 거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 와서 참 정성스럽기도 하지.” 양 원장이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찼다. “아무튼 당장 나가라고 일장 연설을 하고 갔어. 건물주한테 걸리면 자기가 곤란해진다고. 밤새 안에서 불이라도 날까 걱정인가 봐.” “틀린 말은 아니지. 이만하면 오래 버텼다.” “야, 그러지 말고 이참에 방 하나 얻어. 내가 돈 빌려준다고 했잖아. 너 대충 구겨져서 자는 거 볼 때마다 나도 영 맘이 안 좋다고. 남편한테 좀 알아보라고 할까? 남편 회사 근처에 경찰서도 있고, 소방서도 있어서 안전…….” “아니 괜찮아. 안 그래도 슬슬 나가려던 참이었어. 내가 봐둔 곳도 있고.” “봐둔 데가 있어? 어디? 교통이랑 다 괜찮아? 보증금은? 아니, 나랑 같이 가보자. 나 목요일쯤이면 시간 빌 거 같은데.”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진짜로.” 수화기 저편에서 여전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얼굴에 열이 확 오르며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숨어 지낼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버텼지만, 이제 정말 때가 된 모양이다. 지수는 주머니를 뒤져 손이 베일 만큼 빳빳한 명함을 꺼냈다. 여자가 뒷면에 손으로 적어준 번호를 찾아 꾹꾹 눌렀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마음이 변할까 겁나서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상대가 나오자마자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윤미주 씨? 조금 전에 명함 받았던 서지수예요. 저기, 그 면접……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