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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2026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2026.05.12

2026 13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작품 소개

 

평범한 일상을 가른 균열에서 또 다른 를 만나다!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로 짜릿한 유영을 펼치며

장르의 미래를 보여 주는 다섯 편의 스토리

이선화, 양지숙, 최주희, 원하릴, 김이숨

 

2013년부터 시작된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은 일관성과 완결성을 갖추고,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는 잠재력을 가진 이야기를 발굴해 왔다. 어느덧 13회를 맞은 이번 단편 부문에는 총 1,100여 편이 넘게 응모되었다. 호러·좀비·괴수 등의 다양한 소재를 다뤘던 전년에 비해, 올해는 가족·친구·동물·휴머노이드 등 판타지와 리얼리티 소재 사이에서의 인간적인 감정 묘사가 두드러진다는 특징을 보인다. 묵직한 울림을 주고, 책을 덮고도 마음에 잔상과 여운을 남게 하는 다섯 가지 이야기는 장르 소설의 미래를 고민했을 때 가히 떠올릴 만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심은 박서련·이종산 소설가가, 본심과 최종심은 강지영·최민우 소설가가 진행했다. 단편임에도 여느 글보다 깊은 감정과 감각을 건드려 독자와 시대가 기다린 새로운 작가로 인정받은 주인공은 이선화, 양지숙, 최주희, 원하릴, 김이숨이다.

 

갑자기 전 세계 하늘에서 고래들이 낙하한다면?

이선화, 고래는 낙하한다

큰 스케일의 판타지와 짙은 농도의 리얼리티” _ 최민우 소설가

 

고래는 낙하한다식물인간 동생을 홀로 돌보는 배달 라이더 박진의 이야기다. 어느 날 세계 곳곳의 하늘에서 예고 없이 육중한 고래가 낙하해 인명 피해가 난다. 한국에도 이어지는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 그리고 며칠 후 형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고래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발표된다. 의식 없이 누워 지내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박진은 그 소식을 전한 연구원을 찾아가려 한다.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인 재해 앞에서 누구를,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질문과 해석을 담고 있다.

 

냉동 쥐를 먹으면 셀럽으로 성공할 수 있다?

양지숙, 핑키 프로미스

트라우마를 삼켜 넘기는 순간 열리는 새로운 지평” _ 강지영 소설가

 

핑키 프로미스분홍색 냉동 쥐 핑키를 먹으면 셀럽으로 성공한다는 속설을 다룬다. 학창 시절 가수를 꿈꿨지만 불의의 사고로 포기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해린은 오랜만에 친구, 성주와 재회한다. 그는 그사이 데뷔했고, 더 주목받기 위해 핑키를 사러 온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이는 도전에 해린은 자신을 위해선지, 친구를 위해선지 스스로도 헷갈리는 양가적인 마음을 숨긴 채 성주를 돕고자 한다. 그렇게 마주한 적나라한 욕망이 과연 해린을 어찌 변하게 할지, 또 어떤 결말을 만들지 마지막까지 집중하게 하는 충분한 흡입력을 갖춘 소설이다.

 

아버지가 돌연 문어로 사는 길을 선택했다?

최주희, 옮겨심기 서비스

보여 줄 것과 감출 것을 구분하는 감각이 선명하다” _ 최민우 소설가

 

옮겨심기 서비스는 사이가 데면데면하던 아버지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스스로 문어가 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딸, 은하가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현실을 믿기 어려워만 하는 딸을 앞에 두고 문어는 수조 속을 유유히 유영할 뿐이다. 허락된 마지막 면회일이 돼서야 은하는 드디어 아버지에게 마음속에서 품고 있던 질문을 꺼낸다. 행여 남보다 멀어진 가족일지라도, 그것도 말이 통하지 않는 문명과 비문명의 객체들이라 해도 서로를 끝내 이해하는 일이 가능할까.

 

휴머노이드 박제사에게 불법 복제를 의뢰한다면?

원하릴, .zip

해피엔드보다 더 여운이 남는 작품” _ 강지영 소설가

 

.zip외계 행성에서 동료를 잃은 채 홀로 복귀한 하석이 휴머노이드 로봇이자 박제사인 에게 불법 의뢰를 하며 시작된다. 홈은 정해진 입력값과 출력값이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적인 일을 하며, 명령과 개인적 메모를 따로 구분해 몰래 저장해 두기도 한다. 그런 홈에게 갑작스레, 또 더 가까이 닿길 바라는 하석은 나름의 방식대로 삶을 정렬시켜 온 홈의 모든 것을 흔들어 버리게 되는데.

 

무심하고 잔인한 폭력 앞에서 호랑이를 구해야 한다!

김이숨, 호랑이의 맛

어설프게 착하고 애매하게 나쁜 잔혹 동화” _ 최민우 소설가

 

호랑이의 맛육식 트라우마를 가진 동구가 사료를 전혀 못 먹는 호랑이 량이를 돌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구는 취사병이었던 전적을 살려 호랑이용 츄르를 만들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메타버스 동물원에 량이의 데이터가 등록되지만, 실제 량이는 어딘가로 팔려 갈 위기에 처한다. 최근 한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무사히 돌아온 늑대 늑구가 화제가 되며 다시 한번 동물 복지에 대한 여러 사회적 시선이 오가는 가운데, 이 소설 속 메시지와 현실에서의 동물 보호를 비교해 보면서 제법 유의미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래는 낙하한다, 핑키 프로미스, 옮겨심기 서비스, .zip, 호랑이의 맛이상 다섯 가지 이야기는 일상적 드라마 배경에 기발한 판타지 설정이 자연스레 더해진 공통점을 가진다. 독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과 감성으로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동시에 새롭고 신선한 전개로 개성을 채워 진정한 장르 소설의 미래 가치까지 챙기는 것이다.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은 다섯 명의 작가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만큼 다정하게 에두르고 그 너머 어디까지 펼쳐져 나갈 수 있을지 기대해 봄 직하다.

 

 

작가 소개

 

이선화

생에 사랑하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는 글쓰기도 있다.

 

양지숙

악마의 열매를 먹지 않고도 해적왕이 되기를 꿈꾸는 대학생. 그러나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는 마음이 약해져 열매를 쥐여 주려고 한다.

 

최주희

관계의 균열과 상실을 이야기하는 글을 쓴다. 한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다. ‘컴투스 글로벌 콘텐츠문학상대상을 수상했다.

 

원하릴

안양예술고등학교에서 영화를,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김이숨

영화를 좋아하고 문학을 사랑한다.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 로맨스 도파민팝콘을 들으세요가 당선되며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

 

 

목차

 

이선화 | 고래는 낙하한다

양지숙 | 핑키 프로미스

최주희 | 옮겨심기 서비스

원하릴 | .zip

김이숨 | 호랑이의 맛

 

심사평

 

 

책 속으로

 

걸어오는 남자의 손을 끌고 무턱대고 비상구로 숨어들었다. 남자가 뿌리치지 못한 건 단순히 놀라서였다. 박진은 헉헉대는 숨을 몰아쉬고 침을 꿀꺽 삼켰다. 아린 숨이 헐레벌떡 목구멍을 지났다.

구연 3동만 아니면 되거든요. 그것만 확인하고 싶어서. 알려 주시면 바로 나가겠습니다.”

구연 3동이요?”

고래가 떨어진다고. 선생님이 오늘 그렇게 예측하셨다고.”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확신을 얻고 싶었다. 그래야 동생을 옮기든 일단은 병원에 두든 선택할 수 있었다.

_고래는 낙하한다, 46

 

 

졸업하고 데뷔했어. 핑키를 먹기 시작했으니까, 곧 주연 맡을 거야.”

그 말에 나는 비닐봉지에서 진공팩을 꺼냈다. 얇은 분홍빛 거죽으로 덮인 핑키가 진공 포장지 안에서 꿈틀거릴 것만 같았다. 성주가 이런 걸 먹는다니,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성주를 잘 알았고, 그가 핑키를 먹는다는 게 사실이라면, 어쩐지 나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핑키가 든 진공팩을 한참 노려보다가 성주를 향해 내밀었다.

먹어 봐.”

_핑키 프로미스, 75

 

 

아빠가 떠난다던 여행의 목적지가 다름 아닌 문어의 세계, 연체동물의 세계, 비문명의 세계라고? 아빠처럼 이성적인 사람이 문명에서 비문명으로 굳이 떠날 이유가 있을까. 모두 거짓이라기엔 정 박사의 태도가 걸렸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는 무심하고 당당한 태도. 아빠에게서 봐 오던 태도였다.

그래도 이식 후 소통에 성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나중에라도 다시 시도해 보세요.”

정 박사는 언제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연락해도 좋다는 말과 함께 명함 한 장을 건넸다.

아버님은 여전히 살아 계신 겁니다.” 돌아서는 내 등에 대고 정 박사가 말했다.

_옮겨심기 서비스, 119~120

 

 

, 거참 쫑알쫑알거리네. 내가 왜 여기에 떨어졌겠어. 더 묻지 말고 혼자서 생각해 봐.”

홈을 바라보는 시선의 끝이 곱지 못했다. 사경을 헤맨 건 아니지만 겨우 살아남은 건 맞으니까. 홈은 하석의 말대로 그의 심정을 헤아리려 애썼다. 동료 모두를 잃고 홀로 남겨진 기분을 검색 엔진에 서치하니 고독함, 외로움, 좌절, 절망, 죄책감……수많은 결괏값이 도출됐다. 그 감정들의 앞엔 부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저 부정적인 감정들을 하나의 몸으로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것도 나보다 단단하지 못한 몸을 가진 인간이.

_.zip, 167~168

 

 

언덕길을 올라 도착한 집 앞에서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씩 집 앞으로 찾아와 나에게 간식을 받아 가던 녀석이었다. 나는 가방에서 츄르를 꺼내서 문 앞 화단에 숨겨 둔 고양이 전용 그릇에 짰다. 종종 이렇게 찾아오는 길고양이들 때문에 하나씩 챙기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어차피 자기 것이라는 걸 아는지 고양이는 얌전히 기다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호랑이도 고양이 아닌가. 그렇다면 량이도 츄르를 좋아할까.

 

 

_호랑이의 맛,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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