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환상영화관
2026.04.16
환상 영화관
(원제: 幻想映画館)

■ 작품 소개
‘환상 시리즈’ 38만 부 이상 판매 돌파!
롱 셀러 《환상 우체국》에 이은 반전 힐링 미스터리
2006년, 마흔이 넘어 《암흑경》으로 제18회 일본 판타지 노블 우수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한 호리카와 아사코. 이제껏 40여 권이 넘는 출간작 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환상 시리즈’는 이승과 저승, 만남과 이별, 애정과 증오 사이를 노련하게 오가면서 작가만의 방식으로 ‘죽음’에 대한 위로를 건네는, 15년간 38만 부 이상 판매된 롱 셀러다. 그중 ‘물건 찾기’라는 특기를 가진 주인공이 산꼭대기 우체국에 취업해 신의 계약서 및 망자의 유품 등 ‘경계’를 오가는 우편을 찾아 주는 《환상 우체국》이 북다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그 뒤를 이은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로 《환상 영화관》이 독자를 찾아온다. 망자가 방문하는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스미레가 그곳에서 발생하는 불가사의한 일을 밝히고, 동급생을 괴롭히는 할머니 유령 사건을 해결해 간다는, 공포와 감동이 잘 어우러진 소설이다.
정의롭고 용감한 주인공과 산 자와 죽은 자들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장소를 소재로 하는 두 소설은 힐링물과 미스터리물의 경계를 오간다는 공통된 구조를 갖는다. 작가가 전작의 후기에서 ‘죽은 사람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마음을 최대한 담았다’라고 말한 것처럼, 환상 시리즈를 꿰뚫는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삶과 죽음을 통과해 평안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끄는 조력자들의 따뜻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또한 시리즈를 관통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묘미 중 하나이다. 《환상 우체국》에서 억울하게 살해당해 원령이 된 사연을 푼 마리코가《환상 영화관》에서 어떻게 이승 생활을 이어 나가는지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가 될 것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훈훈한 판타지에 가미된 호러 요소로 독자들은 서늘하면서도 따스한, 다채로운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삶의 마지막에 열리는 인생의 주마등
끝나면서 시작되는 그들의 이야기
스미레는 등굣길에 갖가지 상황이 신경 쓰인다. 어느 따분한 영화 이야기를 하는 대학생들, 눈앞에 보이는 노신사의 유령, 그리고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맞닥뜨린 낯선 여성과 함께 걸어가던 아버지. 불쾌함을 품고 그의 뒤를 쫓다가 스미레가 당도한 곳은 음침하고 낡은, 그리고 어딘가 희한한 영화관 ‘게르마 전기관’이다. 수염이 독특한 지배인, 무뚝뚝하지만 잘생긴 영사 기사 우도, 그리고 사물과 사람을 통과하는 유령 마리코의 환대를 받은 스미레는 그날로 등교 거부를 선언한 뒤, 이 신비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평소 스미레를 괴롭히던 동급생 히라이가 영화관으로 찾아와 할머니의 영혼이 자신을 쫓아다닌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또한 그곳에서는 초승달이 뜬 밤마다 망자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단편 영화 《주마등》 상영회가 열리는데, 저세상으로 떠났던 망자가 이승으로 돌아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까지 벌어진다. 학교에서는 유령을 보는 괴짜로나 대우받아 언제나 혼자였던 스미레지만 게르마 전기관에서는 되레 그런 특기가 유용해진 것이다. 이승에서 불법 체류 중인 마리코까지 챙겨야 하는 이 일련의 불가사의한 일들에 스미레는 결코 어른들 뒤에 숨지 않고 앞장서서 자신의 영능력을 이용해 차근히, 차분히 해결해 나간다. 그동안 별난 취급을 받던 스미레가 생과 사의 경계에 존재하는 영화관에서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존재로 녹아들면서, 결국에는 본분을 찾고 학교로 다시 돌아갈 용기까지 얻게 된다.
현실의 벽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이들에게
여전히 영화 같은 삶을 믿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소설
스미레가 잠시 학생으로서의 시간을 일시 정지하는 것같이, 작가는 후기에서 ‘도피’가 꼭 나쁜 일이 아니기에 독자들이 소설을 통해 잠시 쉬어가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그것은 가장 쉽고도 편한 해결책으로 보일 수 있고, 그래서 그 선택의 가치가 낮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한 발자국 떨어졌을 때 나의 삶을 더욱 나답게 바라볼 수도 있다. 작가 또한 소설가가 되기까지 걸린 20여 년 동안 이 태도로 꿈의 방향을 잃지 않아 왔기에, 우체국에 이어 영화관을 배경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메시지를 녹인 ‘환상 시리즈’를 성공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우울할 때 《환상 영화관》을 읽고 개운함을 느꼈다는 한 독자의 평처럼, 눈앞의 현실이라는 고되고 단단한 벽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소설을 권한다. 주인공 스미레의 놀라운 모험담을 따라가다 보면 게르마 전기관의 낡은 영사기에서 나오는 먼지가 마법 가루인 듯 내 주위에서 빛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 작가가 텍스트로 지은 이 환상적인 영화관에서 독자는 각자의 영사실을 통해 자신만의 인생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 언젠가 삶의 마지막에 보게 될 우리들의 ‘주마등’ 또한 자랑스럽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희망까지 기꺼이 얻어 가길 바란다.
■ 작가 소개
호리카와 아사코(堀川アサコ)
1964년 아오모리현 출생. 2006년 《암흑경》으로 제18회 일본 판타지 노블 대상 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하였다. 2011년 출간한 《환상 우체국》을 시작으로 《환상 영화관》, 《환상 일기점》 등 일곱 편의 ‘환상 시리즈’가 누계 38만 부 이상 판매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외 ‘강령 시리즈’, ‘예언 마을 시리즈’, ‘용궁 전철 시리즈’ 및 《참견쟁이 오스즈 씨》, 《올림픽이 열렸다: 고양이와 컬러텔레비전과 달걀말이》, 《작은 아저씨》 등을 출간하였다.
■ 옮긴이 소개
김선영
다양한 매체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했으며 특히 일본 미스터리 문학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요네자와 호노부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 《흑뢰성》, 미나토 가나에 《고백》, 《인간 표본》, 야마시로 아사코 《엠브리오 기담》, 아리스가와 아리스 《쌍두의 악마》, 야마구치 마사야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사사키 조 《경관의 피》,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가공범》 등이 있다.
■ 내용 소개
“특별 상영은 언제 하나요?
사십구재에 맞출 수 있으면 다행인데”
아침 등굣길, 스미레는 불쑥 유령을 본 것도 모자라 아버지와 그의 불륜 상대까지 맞닥뜨리고는 홀린 듯 뒷골목 낡은 영화관으로 들어선다. 표를 강매하는 지배인, 사람과 사물을 통과해 버리는 미녀, 무뚝뚝한 영사 기사를 만난 스미레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는 걸 깨닫는다. 며칠 후, 스미레는 괴롭혔던 동급생이 찾아와 저를 데려가려는 할머니의 영혼을 쫓아 달라고 한다.
■ 목차
1. 끝말잇기에서, 시작되다
2. 유령이 보여서
3. 외고모할머니와 게르마 전기관
4. 게르마 전기관의 업무
5. 스크린 저편에서
6. 영감 없는 유령……
7. 전원 집합
8. 대결
9. 수다쟁이, 이상형
문고판 작가 후기
■ 추천의 말
연희동 골목의 작은 영화관 ‘라이카시네마’를 운영하며 영화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관객들이 스크린을 통해 자신만의 ‘환상’을 마주하는 그 짧은 찰나가 그 이유이지 않을까. 《환상 영화관》은 마치 극장에 앉아 첫 장면을 기다리는 설렘을 닮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낯선 공간의 공기가 느껴지고, 잊혔던 순수한 상상력이 기분 좋게 깨어난다.
우연과 의도가 겹쳐 영화관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 ‘구스모토 스미레’는 엉뚱한 취미와 조금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스미레가 자신이 겪은 독특한 이야기를 귀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판타지 장르이지만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체험하는 느낌이 들다가도 뒤엉킨 미스터리들의 교집합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고색창연한 영화관의 비밀을 유쾌하게 관람하고 싶다면, 《환상 영화관》의 관객이 되길 바란다.
_연희동 작은 영화관, ‘라이카시네마’ 대표 이한재
책을 덮을 때 캐릭터 하나하나가 기억나는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글로 풀어내면 이런 느낌일까요? 유령과 죽음, 불륜과 살인, 무거운 주제들을 위트 있고 따뜻하게 풀어내는 것이 호리카와 아사코 작가의 ‘환상 시리즈’의 특징 같습니다. 《환상 영화관》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결말로 치닫는 한 편의 (우습고도 무서운) 소동극입니다. 전작 《환상 우체국》과의 반갑고도 느슨한 연결은 시리즈 전체를 지배하는 특유의 서늘한 따스함을 가져옵니다. 완전한 죽음이 기억의 소멸과 닿아 있다면, 마지막 장면은 조금 슬플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재미있다는 겁니다.
_망원동 작은 서점, ‘가가77페이지’ 이상명 대표
■ 책 속으로
“뒤에, 뒤에”라는 노래 소리가 커지더니 “어서 오세요!”라는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바로 코앞에 진녹색 더블브레스트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이 있었습니다. 얼굴 밖으로 튀어나온 살바도르 달리 같은 더블유 모양 수염에, 핏기 없는 입술은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수상해. 마치 인형극에 나오는 사기꾼 아저씨 같은 모습입니다.
“여기는?”
무척 오래된 서양 영화 포스터와 한산한 매점, 충전재가 튀어나온 긴 의자, 유리문에 비쳐 좌우가 반대로 보이는 ‘게르마 전기관’이라는 금색 간판. _16~17쪽
“너, 오늘도 학교에 안 가고 영화를 보려고?”
수상쩍다는 듯 저를 쳐다보던 눈매가 갑자기 부드러워지더니 “영화 좋아해?”라고 물었습니다. 최고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우도 씨는 “그럴 리 없지”라고 멋대로 판단하더니 더더욱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등교 거부야?”
옆에서 듣고 있던 지배인이 ‘등교 거부’라는 말을 곱씹듯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저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쭈뼛쭈뼛 살펴보았습니다.
“역시 학교에…….”
‘연락해야겠다’는 무서운 소리를 하려는 지배인 뒤에서 로비 쪽으로 난 작은 창문이 열렸습니다. 안색 나쁜 남자가 “어, 에헴” 하고 조금 과장된 헛기침으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다음 심야 상영은 언제 하나요? 사십구재에 맞출 수 있으면 다행인데.” _35~36쪽
“거짓말쟁이.”
히라이는 저와 먹다 남은 오므라이스를 테이블에 남겨 두고 그대로 떠나 버렸습니다. 평화로운 잡담으로 가득 차 있던 학생 식당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습니다. 히라이가 먹다 남긴 오므라이스는 만신창이가 되어 케첩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이 바로 그랬습니다. 그날부터 제 별명은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노골적인 괴롭힘은 없었지만 아이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나쁜 쪽으로 변했습니다. 자칭 유령이 보이는 괴짜였을 때는 다들 한 발짝 떨어져 있을 뿐이었는데, ‘거짓말쟁이’가 되고 나서는 다들 완벽하게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교실에 없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_48쪽
“게르마 전기관 1관은 어디에나 있는 흔한 영화관이지만 2관에는 특별한 역할이 있어…….”
1관도 유령 마리코 씨가 살고 있으니 상당히 별난 영화관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마리코 씨가 굳이 언급한 2관의 특별한 역할이란 뭘까요?
“게르마 전기관 2관은 이 세상하고 저세상 사이에 있거든…….”
마리코 씨가 황당무계한 소리를 했습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인생에서 겪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지, 2관은 그 ‘주마등’을 보여 주는 장소야. 매달 달빛이 사라지는 초승달 밤에 죽은 사람들이 심야 상영을 보러 2관에 모여들어. 그리고 다들 자기 인생의 ‘주마등’을 보면서 천국으로 떠나는 거야. 개중에는 천국 말고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도 있지만…….” _131쪽
“이것 봐, 할머니가 계시다고!”
히라이가 제 눈앞에 들이민 사진에는 학교 교복을 입은 히라이와 백발 쪽머리를 한 히라이 후에코 씨가 찍혀 있었습니다. 조금 추워 보이는 미소와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한 색감으로 봐서 입학식에 찍은 스냅 사진 같았습니다. 보자마자 소위 말하는 심령사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죠, 히라이가 입학했을 때 후에코 씨는 이미 돌아가셨으니까요. 아니, 무엇보다도 후에코 씨의 모습이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추위에 볼을 붉히며 미소 짓고 있는 히라이 옆에서 후에코 씨가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식칼을 치켜들고 있었거든요. _219~220쪽